안녕! 역장이다!
너희들은 언제 기쁨을 느끼지?
시험에 통과했을 때? 공돈이 생겼을 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하고 후루룹 쐅쐅 잘도...
커플은 다 없어져 버려라.
저번에 상상공작소의 서비스를 받았던 한 남자의 얘기를 해 주지.
이 남자는 작은 키가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매일마다 상상공작소에 글을 남겼지.
188센치미터의 키를 가진 사람이 됬으면 하고 상상합니다~!
라고.
-타이라: 그 상상은 스케일이 좀 작은것 같은데요.
사실 그 남자의 고민은 따로 있었지. 바로 그 남자의 여자친구는 178의 장신이라는 점이었어. 남자는 170도 안되는 키를 가지고
있었는데 말야.
-타이라: 여자친구의 마음의 스케일이 크군요.
키작은 남자는 살인자보다 나쁘다는 통계가 있는데 말이죠.
자네는 어디서 그런 쓸데없는 통계를 조사해 오는건가.
-타이라: 후기 얘기나 계속 하시죠.
하여튼 이 남자는 자신의 작은 키가 고민이었던 것일세.
그래서 상상 공작소에 계속 사연을 올렸던 거지. 알다시피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나의 마음을 이 남자가 이윽고 움직여서
상상공작소는 이번에 이 남자의 키를 올려 주기로 했었네.
타이라: 이번에도 조악한 방법이었겠군요.
자네는 우리 형이 돈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꼬운가.
타이라: 상당히요. 계속하시죠.
어쨌든 우리는 뭐 현실을 착각하게 하는것이 목적이 아니니까...그래서 만든 방법이 마법의 신발이지.
타이라: 너무 뻔한 방법 아닌가요.
170도 안되는 사람을 188로 만드는 마법의 신발이 뻔하다고 생각하나.
타이라: 참혹하네요.
우리는 절대 이 남자에게 이게 상상속의 어긋난 현실이란 것을 깨닫게 해서는 안되었지.
타이라: 이미 상당히 어긋나 있는거 같은데요.
제일 문제는 이 남자의 지인들이었어. 터져나오는 웃음들을 주체시키려고 얼마나 많은 상상공작소 요원들이 진땀을 뺐는지 아나.
그중에 가장 웃음을 참지 못하던 남자의 친구는 급기야 맹장이 터져서 입원까지 해버렸지.
타이라: 지금 제 맹장도 위험하군요. 남자가 좋아하던가요.
팔이 다리에 비해서 굉장히 짧고 무릎이 상당히 높은 신체조건의 사람인 걸로 보이는 것만 빼고는.
글쎄. 속마음이야 어쨌든 왠지 의기양양해 보이는 얼굴로 도로를 걸어갔지. 키가 이남자에게는 굉장한 한이 되었음이 틀림없었어.
그래서 초반의 걱정하던 마음도 조금씩 이 남자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자 눈녹듯 사라져버렸어.
타이라: 키의 최면이란 심각하군요.
문제는 예의 그 여자친구를 만날 때 일어났네. 하필이면 이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남자를 만나러 오고 있었다는 말이지.
여자친구에게 붙여놓았던 상상공작소 지기가 아니었다면 사전에 준비를 못할뻔 했지.
타이라: 급 이벤트로 방향을 돌렸군요?
아니, 우리는 그대로 가기로 했네. 이제와서 방향을 바꾼다면 상상공작소가 만들어주는 상상속 현실은 임시방편뿐인게 되고 말아.
그래서 나는 남자를 계속 지켜보기로 했네.
타이라: 호오.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걸어갔다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마치 자기의 키는 원래부터 후울쩍 컸었다는 듯 행동하기 시작했어.
여자는 처음엔 꽤나 재미있었다는 반응이었네. 하지만 여자의 친구들은 꽤나 굉장한 부담을 느꼈던 모양이야.
하나 둘씩 떨어져 걷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둘이 앞으로 걷고 일행들은 멀찍이 멀어져만 갔지.
타이라: 당연한 귀결이죠.
그때가 기회였다네. 그 기회를 노리고 나는 여자의 친구들에게 다가가 내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던 생머리의 아가씨에게 편지를
주는데 성공했지.
타이라: 기막힌 반전이 여기 숨어 있었군요!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섬세한 기술과 담대한 마음이
타이라: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됐나요?
담대한 마음이 필요하고 때론 영민한
타이라: 남자.
남자는 여자와 걷기 시작했다네. 슬슬 마법의 신발이 발을 압박해 발이 아파올 때였지. 상상공작소의 계약기간은 일주일이고 그 일주일 동안 우리는 남자의 키를 188로 유지시켜 줘야해. 그래서 나는 다른 마법의 신발을 들고 살그머니 다가갔지.
그런데..
타이라: 그런데?
남자는 마법의 신발을 어느새 신고 있지 않았어.
타이라: 왜 알아채지 못했죠? 분명 키가 대폭 줄어들어있었을 텐데.
남자에게 물어보니 여자를 만나기 전에 이미 마법의 신발은 벗어둔 상태였다더군.
타이라: 그럼 물리적인 키는?
글쎄..나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남자는 굉장히 커 보였어. 여자와 같이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상태였어. 내 눈이 잘못될 리는 없지만 분명 그랬었어.
남자가 마법의 신발을 신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갈 때.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는 지인들을 보고 있을 때. 남자의 마음 속에서 어떤
모종의 작용이 일어났을 걸세. 그래서 그는 마법의 신발을 벗어 던졌겠지.
그가 허리를 펴고 걸었을때, 여전히 그의 물리적인 키는 170을 겨우 넘긴 상태였을거야.
하지만...마법의신발을 신기 전과 후로 나눈다면, 그의 키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벌어져 있는 걸세.
